- 참여작가
- 오유경
COSMOS
스페이스K 큐레이터_황 인 성
과학의 발달로 우리의 시야는 크게 확장되었다. 보이지 않는 영역을 관찰하고픈 인간의 진리 탐구 욕망은 현미경과 망원경을 탄생시켰고 이것으로 우리가 볼 수 있는 영역은 거시와 미시세계로 뻗어가 우주의 근원 질서를 찾아내는데 일조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가시화하는 것은 과학뿐만 아니라 예술로도 가능하다. 물질을 통한 삶의 은유로 새롭게 바라보기를 제안하는 미술은 과학과는 달리 비판적, 분석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인식 가능한 모든 것을 시각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유경의 작업에서 이러한 근원 질서를 탐구하는 예술의 방법론을 살펴볼 수 있다.
오유경은 다양한 사물들과의 관계를 설치 미술로 풀어내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가시화한다. 은으로 도금된 기하학적 도형과 함께 거울, 풍선, 탁구공, 나무, 의자 등의 오브제가 공간 설치로 펼쳐지는데 특히 요소요소에 배치되는 거울 기둥은 오브제와 관람객, 공간의 환영을 끌어들여 물질과 존재의 관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과거 오브제를 활용한 공간 설치 작업으로 물질이 지니고 있는 힘을 가시화해왔다. 일회용 종이컵 수천 개로 지형을 만들어내거나 A4 종이의 반복과 나열로 도회적 풍경을 설치하는 식이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물질이 지니고 있는 시각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는 작가의 태도가 반영되었다.
오유경 작가는 신작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오브제들을 미러 재질의 기둥과 함께 설치하여 이미지 중첩을 통해 환영의 공간을 탄생시킨다. 은도금의 기하학적 도형에 위치한 원색의 탁구공은 수십 개로 복제되며, 바람에 흔들리는 미러 풍선은 공간의 이미지를 투영한다. 한편 버려진 의자 위에 작품을 포장한 포장재와 나뭇가지는 작가 특유의 오브제를 대하는 연민의 시선을 담아낸다.
작가의 작업은 공간 안에 관계된 모든 것들을 포용한다. 서로가 지닌 조형적, 물리적 특성이 빛으로 반응하며 서로를 연관 짓는 것이다. 그 시작은 예술과 자연의 관계, 보이지 않는 힘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작가의 관심에서 비롯된다. 더불어 본인과 관련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대해 의문을 품어왔다. 예를 들면, 고도 4000m이상을 오르면서 기압차이에 의해 발생된 몸의 반응은 그간 작가가 인식하지 못했던 우주의 에너지를 느끼게 된 계기였다. 비인과적 현상의 의문은 근원적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의 생각은 환경과 물질이 지닌 시각 에너지의 교류로 전시장에 풀어낸다. 즉, 현상을 증명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진리를 찾기보다 그 현상을 시각화해 예술 어법으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의자와 나뭇가지, 주변 공간, 그리고 공간 풍경을 담아낸 광택의 풍선은 만물이 생성한 에너지들의 교집합이다. 오유경도 여기서 참여자로 함께 한다. 작가는 역할은 이미 주어진 여건을 수집, 배열해 가시화하는 것이다. 빛, 물, 바람과 소리는 물질로 치환되며 작가에 의해 작품과 전시로 귀결된다. 그리고 관객 또한 전시에서 작품으로 주제화된다.
오유경은 대상을 바라보는 연민의 시선이 탁월하다. 대상 자체를 존중하며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발굴, 시각화시키는 것에 능숙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오브제들의 활용으로 그간 작가가 심취한 자연과 과학, 관계와 소통, 고정과 유동의 사이를 탐구하여 우주적 질서의 존재로서 예술을 시험한다.